본문 바로가기

일상·음악·예술가 Life Music Artist

[에세이] 나는 왜 아직도 가난한가 .by haji

반응형

 

 

 

요즘 들어 유튜브나 블로그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 월 천만 원의 수익은 거뜬히 올리는 사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관련 영상들을 하나씩 보기 시작했고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내게 새로운 영상들을 소개해줬다. 세상에는 이렇게 잘난 사람들이 많구나, 부자 되는 일이 이렇게 쉬운 일인가? 참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나는 왜 아직도 가난한가? 수만 가지 생각들이 오고 갔다.

20살 때부터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성공과 명예를 꿈꿨고 시간과 공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였기에 그것부터 하나씩 알아가 보기로 했다.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주입식 교육의 지휘 아래 수동적으로 살아온 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머릿속으로 고민만 해봤자 시간만 흘러 보내는 것 같아 일단 뭐든 시도해보기로 했다. 스무 살 가난한 대학생이었어서 최대한 금전이 안 드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그중 하나가 대학 강의였다. 이미 지불한 비싼 등록금, 아깝지 않도록 최대한 학교를 활용하려고 했다.

나는 지방대를 다녔는데 지방대생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수도권의 대학생들에 비해서 지방대생들은 각종 공모전, 강연이나 행사 등 다양한 정보와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서울에서 열리는 무료 강연 한번 들으려고 해도 왕복 교통비와 이동시간, 식비 등으로 인한 기회비용을 무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 강의는 당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상경계, 인문계, 자연계 등 문과, 이과 과목을 구분하지 않고 들어보고 싶은 강의들을 수강하고 청강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 따라 회계과목을 수강하게 됐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욱 흥미가 생겨났고 나중에는 아예 회계학과로 전과를 했다. 내가 회계학과로 전과를 하자 주변에서 회계사, 세무사가 돈을 많이 번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왔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즉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곧장 세무사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이때 실행력만큼은 칭찬해줄 만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나는 주변에서 해주는 이야기를 필터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고, 내가 원하던 부자의 모습은 간과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에 돌입한 이후, '합격'이라는 키워드에 꽂혀 학원에 많은 돈을 갖다 바쳤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나의 인생은 점점 불행해져만 갔다. 가난한 대학생에서 가난한 고시생이 되어 있었다. 부자를 꿈꿔 왔지만 더욱 가난해졌다. 컨디션 관리 실패로 시험 당일 고열에 시달렸고, 면역력에 이상이 생겨 임파선이 붓고 포진까지 생겼다. 나는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건강 회복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생각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나의 세계는 굉장히 협소했다. 주변에는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뿐이었고,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면 부자가 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밖에 없었다.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고 사실만을 놓고 이야기했을 때 내게 앞선 조언들을 해준 사람들은 경제적 자유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나에게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는, 진짜 부자의 조언이 필요했다. 문제는 소심하고 괜한 두려운 마음이 앞서 직접 부자들을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우선은 당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책을 택했다. 부자와 돈, 자기 계발 관련 위주로 집중해서 공부하고 읽었다. 책 한 권을 고르면 정독하고 마음에 들면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고 필사했다. '나도 이제 부자가 될 수 있어'라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서 말이다.

그런 기대와 달리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여전히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다시 의문을 품고, 뭐가 문제인지 고민한 끝에 결론이 나왔다. 결론은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중 하나는 나는 나만의 착각에 빠져 있었다는 것. 가령 이를 테면 책에 나오는 내용을 완벽히 이해했고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거나 부에 관한 책을 읽고 배우기만 하면 자연스레 알아서 부로 연결될 것이라는 착각 말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닫기까지도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돌이켜보면 가난의 원인은 모두 나에게 있었다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꿔준 책이 나에게는 까만 활자들이 채워진 종이밖에 안되었다면 그 이유는 책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 배경지식, 실행력 등 모두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참 힘들었던 반면, 환경 탓을 하며 내 처지를 비관하는 것은 참 쉬웠다. 하나씩 깨달음을 얻어가는 이 과정들이 당장의 금전적 이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경제적 자유라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공정으로 비유할 수 있다. 어떠한 공정이든 함부로 생략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공정 하나를 생략해도 결과물은 어떻게든 나오겠지만 분명 어딘가에는 빈틈이 생겨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빈틈은 서서히 벌어지기 마련이고, 그 사이로 분명 무언가가 새어나갈 것이다. 그건 아마 돈일 확률이 높다.

 

 

 

 

 

ⓒ2019 dreamerhaji11.tistory.com. All rights reserved.

※ 무단 배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