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 F. Scott Fitzg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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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누군가 나에게 이 소설을 단 한 줄로 요약해달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 표적을 빗나간 화살들이 끝내 명중한 자리들 "이라고.
개츠비에게는 데이지라는 목표가 있었고, 데이지에게는 낭만적 사랑이라는 지향이 있었다. 지친 윌슨은 엉뚱한 사람에게 복수를 하고, 몸이 뜨거운 그의 아내는 달려오는 자동차를 잘못 보고 제 몸을 던진다. 작가인 피츠제럴드마저도 당대의 성공과 즉각적인 열광을 꿈꾸었다. 그러나 그 표적들을 향해 쏘아 올린 화살들은 모두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꽂혔다.
난데없는 곳으로 날아가 비로소 제대로 꽂히는 것, 그것이 바로 문학이다. _김영하(소설가)
F. 스콧 피츠 제럴드(F. Scott Fitzgerald)는 1920년 프리스턴 시절 이야기를 그린 재기 넘치는 장편소설 '로맨틱 에고이스트'가 '낙원의 이쪽'이라는 제목으로 스크리브너에서 출간되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고, 젤다와 결혼을 합니다. 1920년대부터 미국 동부와 프랑스를 오가며 호화로운 생활을 시작했고, 그 사이 신문과 잡지에 160여 편에 달하는 단편소설을 발표합니다. 1922년에는 두 번째 장편소설 '아름답고도 저주받은 사람들'을 발표합니다. 1925년,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를 출간하며 문단의 격찬을 받습니다.
작가로서 성공을 거머쥐는 동시에 그의 삶은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알코올 중독과 빚에 시달리는 사이, 젤다는 정신병이 발병해 입원합니다. 1934년, 마침내 9년 만에 장편소설 '밤은 부드러워'를 출판합니다. 이 작품은 훗날 '위대한 개츠비'와 함께 '랜덤하우스 선정 20세기 영문학 100선'에 오르는 걸작으로 평가받지만, 발표 당시 세간의 평은 극과 극으로 갈렸습니다. 할리우드 영화계의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거물의 사랑'을 집필하던 중 1940년 12월 21일 심장마비로 사망합니다.
닉 캐러웨이는 중서부 도시에서는 삼대에 걸쳐 꽤 알려진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1915년에 뉴헤이번에 있는 대학을 졸업했고 그로부터 얼마 후 훗날 제1차 세계대전이라고 불리게 될 전쟁에 참가합니다. 중서부는 더이상 활기찬 세계의 중심지라기보다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세상의 끝처럼 보여 동부로 가서 증권계에 몸을 담기로 결심합니다.
"나는 웨스트에그에 있는 집에 도착하여 차를 차고에 밀어 넣고는 버려진 잔디 롤러 위에 잠시 앉아 있었다. 바람이 불어와 나무들을 두들겨 시끌벅적하고 활기찬 밤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자연이 빚어내는 그 끊임없는 오르간 소리가 땅 속에 잠들어 있는 개구리들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지나가던 고양이의 실루엣이 달빛으로 빛났다. 그것을 보려고 눈길을 돌리다가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50피트쯤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옆집 그림자 속에서 나타나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찌른 채, 은빛 후춧가루가 뿌려진 별밭을 응시하고 있었다. 여유 있는 동작과 잔디를 딛고 선 안정된 자세로 미루어볼 때, 이 지역 하늘 중 어디까지가 자기 것인지 결정하려고 나온 개츠비가 분명했다.
나는 그를 부르려고 했다. 저녁식사 때 미스 베이커가 그의 얘기를 꺼낸 바 있었고, 그 얘기만으로도 운을 떼기에는 충분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그에게서 혼자 있고 싶다는 어떤 암시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두 팔을 어두운 바다를 향해 뻗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긴 했지만, 분명 부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할 수 없이 나도 바다를 바라보았다. 부두의 맨 끝에서 조그맣게 반짝이는 초록 불빛을 제외하곤 특별할 것이 아무도 없었다. 다시 돌아보았을 땐 이미 개츠비가 사라진 뒤였다. 어수선한 어둠 속에서 나는 다시 혼자였다."
뉴욕 롱아일랜드, 아주 작은 만을 사이에 두고 이스트에그와 웨스트에그가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웨스트 에그에 있는 개츠비의 궁전 같은 저택에서는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파티가 열립니다. 수백 피트에 달하는 천막과 색색가지 전구로 장식된 정원, 반짝이는 전채요리와 양념구이 햄, 알록달록 색깔 맞춰 놓은 샐러드, 돼지고기 페이스트리, 어두운 황금색으로 빛나는 칠면조 요리가 지천으로 차려져 있습니다. 메인 홀의 바는 청동 레일로 꾸며져 있고, 진을 비롯한 각종 술로 가득합니다. 저녁 일곱 시가 되면 오케스트라가 도착하여 파티의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립니다.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이 아는 건 그가 부자라는 것, 누구나 와도 되는 파티를 자주 연다는 것 정도입니다. 옥스퍼드 출신이라는 둥, 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는 둥, 1차 대전 때 독일군 스파이였다는 둥 갖은 소문들도 난무합니다.
개츠비는 장교 시절 상류층 여성 데이지를 만납니다. 가난하고 야심이 가득했던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선망하던 상류층의 세계로 갈 수 있는 통로이자 그 세계를 완성시키는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개츠비는 데이지를 소유함으로써 그 세상에 발을 들였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개츠비의 생각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데이지가 특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몰랐던 것은 '상류층' 여성이 어디까지 특별해질 수 있는지였다. 그녀는 개츠비에게는 아무 미련도 없이 자신의 부유한 가족에게로, 풍족하고 넉넉한 인생으로 돌아가버렸다.'
"데이지는 어렸고, 그녀의 잘 꾸며진 세계는 난초향과 즐겁고 유쾌한 속물근성의 냄새로 가득했고, 오케스트라는 슬픔과 인생에 대한 암시를 새로운 선율에 얼버무려 담은 유행가들을 연주해댔다. 색소폰이 구슬프게 <빌 스트리드 블루스>를 불어대는 동안, 수백 켤레의 금빛과 은빛 구두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엇갈렸다. 어스름 무렵의 티타임이면 방들은 언제나 이런 은근하고 달콤한 열기로 흥청거렸고, 플로어 주변에는 슬픈 트럼펫 소리에 불려 날아가는 장미 꽃잎처럼 새로운 얼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개츠비의 장례식장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개츠비의 파티에 오고 갔음에도 말이죠. 개츠비의 술을 얻어마시고 나서야 비로소 용기를 내서 개츠비를 헐뜯고 비웃던 사람들이 정말 다수였던걸로 짐작됩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허망한 결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함 속에 가려진 허울들이 벗겨지고 이제야 진짜 모습들을 직면하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줄 곧 생각해온 것이 있습니다. 술로 친해진 인연은 진짜 인연이 아니라고 말이죠. 정말 진실된 관계를 원한다면 자신을 화려하게 포장하기 위해 쓴 가면을 벗고 자신의 치부까지 꺼내지는 않더라도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 본연의 모습을 서로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데이지는 나쁜년인가. 저는 그냥 상류층 세계 속의 사람 중 한 명이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개츠비가 열렬하게 사랑하는 낭만을 갖추고 있는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바라봤다면 분명 실망했을 것입니다. 개츠비 또한 선망하는 상류층 세계에 있는 여성으로서 먼저 바라봤을 것입니다. 저 또한 처음에는 기대를 하다가도 개츠비를 기다리지 않고 톰과 결혼해버린 그녀의 모습에서 개츠비를 그리워할 수는 있어도 다시 돌아가지는 않겠구나 싶었습니다.
"다섯 시쯤, 세 대의 장의차가 가랑비를 맞으며 묘지에 도착해 정문 옆에 멈춰 섰다. 선두에는 비에 젖은 검은 장의차가, 그다음 리무진에는 개츠 씨와 목사와 내가, 그리고 그다음에는 네댓 명의 하인들과 웨스트 에그의 우체부가 스테이션왜건을 타고 왔다. 모두 흠뻑 젖은 상태였다.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데, 차 한 대가 멈춰 서더니 누군가 축축하게 젖어 있는 땅 위로 물을 튀기며 우리를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뒤돌아보았다. 석 달 전 어느 날 밤, 서재에서 개츠비의 책들에 대해 경탄하던 올빼미 안경을 쓴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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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분노없이 기억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데이지가 꽃 한 송이, 조전 하나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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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왔습니다.'
'설마!' 그는 깜짝 놀랐다. '어쩌면 그럴 수가! 수백 명이나 몰려가고는 했었는데.'
그는 안경을 벗어서 다시 안팎을 닦았다. '불쌍한 놈.' 그가 말했다."